삶은 때로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31살에 나에게 찾아온 유방암이란 암도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이었다. 올해 2월, 증상발현으로 인한 병원 방문부터 최종 진단까지 불과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기간을 되돌아보면 짧은 기간임에도 체감상 긴 터널 같은 시간이었다.
암 진단받은 이후에는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일기를 기록할 필요를 느꼈다. 앞으로 이 페이지에는 암 환자의 생활, 병원 기록 등을 써나가 볼 예정이다. 기록을 통해서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자가검진도 하고 혹여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쓸 예정이다.
암 진단 전 증상
작년 하반기에 직장에서 일을 하던 중 왼쪽가슴이 유난히 찌릿한 날이 있었다. 아픈 느낌보다는 간헐적으로 간질거리는 듯한 미세한 찌릿함이 그날하루 3번 정도 있었다. 근데 나는 생리 때문인가 하고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후에도 이따금 한 번씩 찌릿함이 있었지만 너무 미세해서 바쁜 일상에서 이 증상을 대수롭게 생각할 만큼은 아니었다.
이후, 10월 말 건강검진을 받을 때에는 수검항목에 유방촬영이 있었으나, 간호사가 "이 검사는 40대 이상 여성분에게 권장드리는 검사인데 받으시겠어요?"라고 묻기에 나는 당연히 미리 굳이 찍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검사를 받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구간이다.
올해 2월초가 되자, 왼쪽가슴의 찌릿한 느낌이 통증으로 느껴졌고, 나는 그제야 인터넷으로 유방암 증상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얼마나 둔했는지 그제야 자세히 보고 만져보고 내 가슴에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 가슴 찌릿한 통증 / 멍울 / 겨드랑이 혹 / 유두변화
암 진단받기까지
2. 11. 동네에서 큰 산부인과 병원에 방문하여 유방촬영 및 초음파를 진행했다. 의사분께서 초음파상으로 보이는 유방의 혹 모양이 좋지 않으니 바로 총 조직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총 조직검사는 말 그대로 총 쏘듯 조직의 일부를 조금씩 떼어내어 암 조직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해당 부위에 마취 후 바로 4~5회 총 쏘듯 조직을 채취 후 지혈을 위한 압박을 한다. 마취하고 채취하는 부분은 견딜만했는데 지혈압박할 때 조금 뻐근했다. 그래도 견딜만한 수준이다.
2. 16.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 맞았고 다행히 내가 갔던 병원이 대학병원 협력 의료기관이라 의사 선생님을 통해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유명하다고 하는 유방암 진료교수의 진료예약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대학병원 진료의뢰서, 초음파 영상 CD, 조직검사 블록자료 등을 포함한 자료를 주는데, 모두 대학병원 진료 접수 시 제출했다.
2. 20. 대학병원 초진결과, 교수님께서 선항암 후수술 하자고 하셨다. 왼쪽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도 있고 겨드랑이의 혹이 2cm 정도 넘는 크기라 항암을 통해 줄이고 수술 부위를 적게 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이날 몇 가지 정밀 검사도 같이했다.
- 유방촬영, 흉부 CT, 심전도, 채혈, 소변검사
원무과 진료비 수납 시 암환자 산정특례 등록에 대해서도 안내해 줘서 바로 신청등록했다. 암 환자 산정특례 제도에 등록하게 되면 암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본인 부담률이 5%로 대폭 감면된다. 다만 산정특례 제도는 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가능하고 비급여 항목은 모두 본인 부담이다. 암 진단일로부터 5년까지 적용되며 종료 시점인 5년에 재발, 전이 등이 발견될 경우 재등록도 가능하다.
유방촬영은 기계에 유방을 적당히 위치시키고 기계로 압착하여 단면을 촬영하는 건데 가슴이 작고 치밀한 유방일수록 압착 강도가 세서 매우 고통스럽다. 다른 검사는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이후에는 PET-CT와 MRI촬영이 있었다.
두 개 검사 모두 팔에 조영제를 주사하여 원통기계에 누운 상태로 20분~40분 정도로 검사하는 검사인데 PET-CT는 상복부에 혹시 모르는 전이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고 MRI는 가슴에 있는 악성 종양을 좀 더 분별력 있게 볼 수 있는 검사였다.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해당 시간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원통에서 시끄러운 기계 소음 때문에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검사가 조금 어려웠는데 이내 조금 참으니 괜찮아졌다. 폐쇄공포가 있는 사람이라면 미리 검사 전 담당의에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3. 15. 정밀검사 결과 호르몬 양성, 허투 음성 타입의 침윤성 유방암 진단되었고, 선항암 후수술의 진료방향은 여전했지만 정밀검사 시 같이 진행했던 브라카 유전자 검사 결과 BRCA2 변이 유전이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와 다른 한쪽의 유방과 난소의 예방적 절제도 권유되었다.
브라카유전자가 있을 경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다른 한쪽의 유방도 암이 발생할 확률이 변이 유전자가 없는 환자에 비해 월등히 높아 예방적 전절제를 많이 권유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안젤리나 졸리가 브라카 유전자 보유자임을 확인 후 예방적 전절제를 했다고 해서 많이 유명해졌고 국내에서도 예방적 전절제를 하는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신체 부분을 예방적으로 전절제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 항암치료 후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 우선은 항암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다.
나의 항암 치료는 AC(아드리아마이신+엔독산) 3주 간격 4회 > MRI > 도세탁셀 3주 간격 4회 > MRI, 촬영 > 항암 종료 3 ~ 4주 뒤 수술 > 방사선 치료(수술 후 4주 뒤) + 항호르몬 치료(1일 1회 복용) 순이다.
브라카 변이 유전자 때문에 린파자 1년 복용도 권유하셨다.
다가오는 금요일, 첫 항암 시작인데 큰 부작용 없이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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